글로벌세아 '시대의 초상' 展
샤갈·드 쿠닝·호크니·쿠사마 등
현대미술 거장·총아 14인 20점
단돈 5000원을 내면 마르크 샤갈, 윌렘 드 쿠닝,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 현대미술 총아들의 그림과 만날 수 있다. 서울 대치동 글로벌세아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현대회화 하이라이트: 시대의 초상’ 얘기다.
전시장에는 ‘일본 현대미술의 여왕’ 구사마 야요이와 초현실주의 화가 폴 델보 등 거장들을 비롯해 조지 콘도, 아드리안 게니, 니콜라스 파티 등 인기 작가 14명의 작품 총 20점이 나와 있다. 해외 현대미술 유명 작가들의 대형 작품을 이처럼 다채롭게 보여주는 전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다.

마르크 샤갈, <방스 주변>, 1955-1557, oil and sawdust on canvas, 162 × 131.1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6
이번 전시 구성은 국립현대미술관 출신의 박미화 독립 큐레이터가 맡았다. 박 큐레이터는 시대 순으로 세 방에 나눠 작품을 걸었다. 첫 방 ‘꿈의 산책’에서는 꿈과 무의식을 그린 초현실주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마르크 샤갈의 대형 작품 ‘방스 주변’이 대표적이다. 샤갈이 1950년부터 머문 남프랑스 방스에서 그린 그림이다.
르네 마그리트와 함께 벨기에 초현실주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델보의 작품도 세 점 있다. 델보는 기차역을 좋아해 그림에 자주 그렸는데, 이번에 나온 ‘크리스마스의 밤’(1956)도 달빛 아래 기차역 승강장에 홀로 선 여인의 뒷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폴 델보, <크리스마스의 밤>, 1956, oil on masonite, 126.5 × 176.4 cm
© Foundation Paul Delvaux - Sint-Idesbald - SABAM Belgium / SACK 2026
두 번째 방에는 추상화 작품들이 걸렸다. 추상표현주의 거장 윌렘 드 쿠닝의 ‘무제 XIX’(1984)는 말년에 그린 작품이다. 높이 2m가 넘는 흰 화면에 빨강과 파랑 선 몇 줄이 리본처럼 굽이친다. 지난 8월 97세로 세상을 떠난 구사마의 추상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은색 안료로 그린 ‘실버 인피니티 네트’, ‘호박’ 연작 두 점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실버 인피니티 네트’는 조명과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빛을 다르게 반사해,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물 무늬가 달리 보인다.
마지막 방에는 풍경 위주의 구상화가 나와 있다. 지난 6월 89세로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은 고향 영국 요크셔의 시골길 풍경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화가 살보의 대형 풍경화 두 점,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혀 온 스위스 화가 니콜라스 파티의 ‘풍경’(2016)도 함께 관객을 맞는다. ‘풍경’은 높이 2.6m, 폭 90cm의 길쭉한 화면에 숲을 그린 그림으로, 붓 대신 손끝으로 파스텔을 문질러 완성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많은 월드게이트 통나무, 2009년 10월 13일>, 2009, oil on canvas, 91.5 × 122 cm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조지 콘도, <경영진들과 그들의 아내들>, 2011, oil, acrylic, charcoal and pastel on linen, 177.8 × 152.4 cm
ⓒ George Condo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2026
미국 화가 조지 콘도는 옛 거장의 화풍에 팝아트를 섞은 미술시장의 스타다. 이번에는 ‘경영진들과 그들의 아내들’(2011)이 나왔다. 나비넥타이를 맨 남자들이 일그러진 얼굴로 웃고 있고, 그 옆에 옷을 벗은 여자들이 서 있는 그림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아드리안 게니는 전 세계 40대 작가 중 미술시장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화가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는 높이 2.3m의 그림 ‘담배를 피우는 자화상’(2015)이 나와 있다. 멀리서는 담배 피우는 남자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눈코입이 분홍빛 살덩어리처럼 뒤엉켜 있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 번쯤 가볼 만한 전시다. 덜 난해한 대형 구상회화 위주로 작품이 나와 있고 책자 설명도 충실하게 돼 있어서다. 전시는 내년 1월 9일까지.
